경제 불황, 고령화 사회, 정보의 과잉과 사회 구조의 복잡화 등으로 인해 현대인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음의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은 더 이상 특별한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의 주요 건강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자살 사례의 상당수에서 정신질환, 그중에서도 우울증이 배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입니다.
우울증은 조기에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입니다.
우울증이란 어떤 질병인가?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0)에서 ‘기분장애(mood disorder)’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입니다.
기분장애는 크게 다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우울증(단극성 기분장애)은 우울한 기분 상태가 지속되는 정신질환을 말합니다.
* 우울 상태는 활동성과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태로, 정신적으로는 의욕·흥미 상실, 피로감, 부정적인 사고가 유발됩니다. 신체적으로는 두통, 어깨 결림, 심계항진, 식욕 저하, 불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2. 조울증(양극성 기분장애)은 우울 상태와 조증(기분이 과도하게 고양된 상태)이 반복되는 정신질환을 말합니다.
* 조증 상태는 기분과 의욕이 비정상적으로 고양되어 과도한 활동, 과다한 말, 충동적 행동, 쉽게 흥분하거나 분노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울증의 임상적 특징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분 저하, 흥미 상실, 식욕 감퇴, 전신 무기력감 등 정신·신체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일상생활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입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으나, 통계적으로는 중장년기에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연령·성별에 따른 특징
1. 아동·청소년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워 성적 저하, 학교 부적응, 은둔, 두통·복통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2. 중장년기
과중한 업무, 경제적 압박, 구조조정 등 사회·직업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 됩니다.
3. 노년기
은퇴, 사회적 역할 변화, 신체 기능 저하나 만성 질환 등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발병 위험이 증가합니다.
4. 여성
임신·출산·산후기, 육아 부담, 갱년기 호르몬 변화, 상실 경험과 스트레스가 겹쳐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우울증은 일생 동안 약 15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25% 내외에 불과합니다. 질병이라는 인식 부족과 진료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큰 이유입니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
우울증은 정신적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나 내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 주요 정신적 증상
- 지속적인 우울감, 슬픔
- 의욕과 활력 저하
- 이유 없는 불안과 초조
- 흥미·즐거움의 상실
- 사고력·집중력·판단력 저하
- 쉬운 피로감
- 과도한 죄책감, 무가치감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 주요 신체적 증상
- 두통, 어지럼증, 이명
- 어깨 결림, 요통
- 수면 장애
- 식욕 저하, 체중 감소
- 설사, 변비 등 위장 장애
- 발한 증가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오후·저녁에 다소 완화되는 ‘일내 변동’은 우울증에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우울증의 원인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 만성 스트레스(과로, 경제적 문제, 대인관계 갈등)
- 강한 급성 스트레스(재해, 심각한 업무·학업 부담)
- 상실 경험(사별, 실직, 건강 상실)
- 여성의 생애주기 변화(출산, 갱년기)
- 신체 질환이나 통증
모든 우울 상태가 곧바로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경우 시간이 지나며 회복됩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겹치고 회복되지 않으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과 성격의 관계
우울증 환자에게서 비교적 흔히 관찰되는 성격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함
- 완벽주의적 경향
- 도덕성과 정의감이 강함
- 스스로에게 엄격함
이러한 성향의 사람은 증상으로 업무 능률이 떨어졌을 때 더욱 자신을 몰아붙여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완벽함'이 아니라, ‘적당함’과 ‘손 놓기’도 치료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일부 우울증에서는 이러한 성격 특성이 뚜렷하지 않고, 회피적·타인 비난적 또는 자기애적 경향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어떤 성격이든 성격 자체가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울증의 치료 원칙
1. 충분한 휴식
우울증 치료의 핵심은 마음과 몸을 쉬게 하는 것입니다.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회복을 방해합니다.
2. 정신치료
치료는 의사·상담사와의 면담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무조건적인 격려가 아닌, 환자의 상태에 맞춘 지지적 정신치료가 기본입니다. 또한, 비관적 사고 패턴을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바꾸는 인지행동치료(CBT)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3. 약물치료
우울증의 약물치료는 항우울제가 중심입니다.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으며, 항우울제는 이 균형을 조절합니다. 현재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SSRI, SNRI, NaSSA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약물의 효과는 1~4주 후에 서서히 나타나고, 증상이 좋아져도 재발 예방을 위해 일정 기간 복용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하며, 졸림, 메스꺼움, 입 마름, 변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조절 가능합니다.
우울증의 경과와 회복
우울증은 갑자기 심해지지 않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이미 신체와 마음의 경고 신호가 나타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회복기에는 행동력이 먼저 회복되어 자살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회복은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서히 이루어지니, 서두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치료, 충분한 휴식이 있다면 반드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혼자 견디지 마십시오. 도움받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치료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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